“태양광 시설이 사람잡네”...김천시 주민 ‘사유지 침탈’ 피해 읍소
“태양광 시설이 사람잡네”...김천시 주민 ‘사유지 침탈’ 피해 읍소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0.11.0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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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주민 “김천시, 사유지 무단이용·재산 훼손한 업체에 봐주기 행정”
중장비 이동 위해 소나무 꺾고 뽑는 등 산림 훼손하기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신재생에너지 관련 민원 두배↑
지자체 난개발 방지 규제 마련해도 피해는 여전히 심각
(사진=환경경찰뉴스)
태양광 시설 설치 업체는 공사 현장으로부터 나온 대량의 사토를 사유지에 쌓아뒀다가 반출이 어려워지자 평탄화하는 작업을 실시했다.(사진=환경경찰뉴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장 이후 시설이 설치되는 곳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김천시 어모면 한 농가 인근에서도 태양광 모듈 설치 공사가 시작되면서 사유지 침탈을 당했다는 농민들이 피해를 호소했다. 김천시는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태양광발전시설규제를 만들어 태양광시설 입지를 제한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피해는 여전한 실정이다.

피해 주민 “태양광 업체, 내 땅 마음대로 이용하고 재산까지 훼손해”

김천시 어모면 다남리의 한 과수원 농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A씨. 지난해 여름 과수원 바로 옆에 태양광 모듈 설치 공사가 시작됐다. A씨는 공사를 맡은 B업체가 허가받을 당시 다니기로 한 진입로를 이용하지 않고 자신의 사유지를 무단으로 이용해 중장비들을 이동시켰다고 주장했다. 기존 다니기로 한 진입로는 중장비가 다니기에는 너무 좁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천시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시설의 경우 교통이 미비한 시설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토교통부가 진입로에 대한 규정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라며 “공사차량들이 이동했던 도로는 사유지여도 기존에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시에서 현행도로로 인정했던 도로”라고 해명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업체는 사유지에 공사자재를 불법으로 쌓아뒀다.(사진=환경경찰뉴스)
(사진=환경경찰뉴스)
업체는 배수로 공사 중 인근 과수원의 과수나무를 훼손했다.(사진=환경경찰뉴스)

남의 사유지에 공사 자재를 불법 적재하는 일도 태반이었다. A씨는 “우리가 김천시에 항의하면 그때 B업체는 자재들을 잠시 치워놓고 또 다시 갖다 놓기를 반복했다”라고 주장했다. 하다 못해 A씨 과수원의 과수나무가 훼손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배수로 공사를 진행하던 포크레인이 바로 옆에 붙어있는 과수원의 과수나무를 뿌리채 뽑아버린 것이다. A씨는 “내 과수나무의 뿌리가 하늘을 보고 있는데 억장이 무너졌다. 즉시 김천시에 얘기하니까 시청 관계자는 답을 준다 해놓고 늦장을 부리며 업체에 봐주기 행정을 한다”라고 토로했다. A씨는 미리 찍어놨던 훼손된 나무 사진을 갖고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올 8월 검찰에 해당 사건을 송치했다.

이곳 태양광 시설 설치 공사는 농민들의 토지뿐 만 아니라 산림에도 큰 피해를 입혔다. B업체는 모듈 설치를 위해 나무만 무성했던 숲길을 개척해 중장비를 이동시켰다. 그 과정에서 애꿎은 소나무들이 꺾이고 뽑힌 흔적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사건 역시 김천시 산림녹지과에 민원이 들어와 현재 검찰에 넘겨진 상태다.

공사를 진행하다 대량 발생한 사토를 처리하는 방법도 남달랐다. 공사 현장에서 나온 사토는 원칙대로라면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정해진 반출 장소에 버려야 한다. 하지만 B업체는 A씨가 진입로를 막아 화물차가 진입하지 못하자 남의 땅에 사토를 산처럼 쌓아뒀다가 그곳에서 그대로 평탄화 작업을 실시했다. 김천시는 “개발행위허가운영지침에 따라 농사 목적으로 흙을 2m까지는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업체에 기준을 맞추도록 시정조치했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사업 신고·허가서와 공사시방서를 김천시에 수차례 요구했지만 시는 이를 모두 거부했다. 김천시는 “시방서는 업체의 영업기밀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주민이 피해를 입었다고 하지만 행정소송이나 행정심판으로 결정난 사항이 아니라면 공개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시방서와 같은 건축설계도는 정보공개법에 따른 비공개대상정보가 아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공사 현장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주민의 요구 사항이었다.

(사진=환경경찰뉴스)
업체는 중장비를 이동시키기 위해 산림의 소나무들까지 훼손했다.(사진=환경경찰뉴스)

태양광 난개발 막겠다더니... 여전히 피해는 ‘심각’

무차별적인 신재생에너지발전소 개발이 입히는 주민들의 피해가 실제 심각한 수준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주환(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5년간 17개 시·도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된 신재생에너지 관련 민원은 모두 2118건에 달한다”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민원이 해마다 두배 안팎으로 급등한 것이다.

민원 사유 중에는 소음, 저주파, 일조권·조망권 침해가 1265건(35.3%)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산림훼손·환경파괴가 844건(23.6%), 지가하락·농작물 피해가 652건(18.2%)이었다. 이 기간 주민반대로 무산된 공기업 사업만 무려 1조 5869억 원에 달했다.

피해 사례가 증가하자 각 지자체는 태양광 난개발 방지 조례를 신설하거나 규정을 일부 개정해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천시 역시 난개발을 방지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2018년 도시계획조례상 태양광발전시설규제를 새로 만들었다. 규제 내용에 따르면 주요도로와 농어촌 도로, 10가구 이상 주거지에서 300m 이내에는 태양광시설을 입지할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 규제가 만들어진지 2년이 넘었지만 피해 주민들은 여전히 답답한 가슴만 두드리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