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연약한 비바리뱀이 잘 지낼 수 있도록 산을 보호해주세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국외반출승인대상
제주도 한라산 유일 서식...이 마저도 파괴되고 있어

  • 기사입력 2020.11.16 10:08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사진=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스스스’ 제주도 산자락을 스르륵 지나다니는 기다란 생물체가 있다. 황갈색의 빛깔에 머리 부분만 검은색인 비바리뱀이다.

보통 산에서 만난 뱀들은 사람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만 녀석에 대한 인식은 그렇지 않다. ‘비바리’는 제주도 방언으로 연약하고 고운 처녀를 뜻한다. 국내에서는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이 뱀은 이름도 제주도 사투리에서 따왔다.

몸 길이 60cm 정도의 비바리뱀은 검은 점무늬가 정수리 아래부터 목 부분까지 분포되어 있고 꼬리 쪽으로 갈수록 점점 연해진다. 이 때문에 ‘검은 머리 뱀(black-headed snake)’이라고도 불린다. 또 몸통 가운데 비늘 열은 대부분 17줄이고 비늘에 용골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비바리뱀은 아열대 및 온대의 물가나 낮은 산지에서 서식한다. 우리나라 제주도 말고는 대만, 홍콩, 하이난과 중국 소부, 베트남 북부 등에도 분포하고 있다. 4월부터 10월까지 따뜻한 기간에 주로 활동하며 줄장지뱀, 도마뱀, 지렁이, 산개구리 등 소형 파충류를 잡아먹고 산다.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는 겨울잠에 빠진다.

최근 한라산에서도 비바리뱀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뒤 여러 관광시설이 지어지면서 녀석들의 서식지가 파괴됐다.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에 아울러 비바리뱀을 불법 남획하는 사례들까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에서는 제주도 한라산만이 비바리뱀의 유일한 서식지로 꼽혀 왔는데 이제 녀석들이 마음 놓고 지낼 터전은 그 어디에도 없다.

환경부는 2012년 비바리뱀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분류하고 보호중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도 관심(LC)종 안에 들어가 있다.

비바리뱀은 또 국외반출승인 대상종에 포함돼 있기도 하다. 국외반출승인대상 생물자원은 해외로 반출할 경우 환경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생물 자원을 말한다. 그만큼 생물 다양성의 보전을 위해 보호할 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생태계가 더불어 살고 있는 산은 사람이 정복하는 곳이 아니라 산이 잠시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허락해주는 거라고 했다. 산에게 고마워하지 못할망정, 이처럼 욕심을 부리고 생태계에 해를 끼치는 일은 지금이라도 멈추는 게 맞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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