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울진군의 황당한 도로무단 점유 논란...40년 넘게 각종 이권사업 이익 챙겨
[단독]울진군의 황당한 도로무단 점유 논란...40년 넘게 각종 이권사업 이익 챙겨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0.11.2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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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부과·토지주 동의 일체 없이 도로로 무단 사용돼 온 사유지
전신·가스배관·광케이블망 등 설치해 매년 수천만원씩 사용료 챙겨
물탱크 관련 행정 비리 의혹, 고위험시설 밀집지역 안전성 논란까지
울진군 북면 나곡리 산25-1 등기부 등본. 2010년 울진군은 토지 소유주 동의 없이 이 땅을 도로로 지목변경해 점유했다.(사진=환경경찰뉴스)

일제강점기에서나 있을 법한 정부의 민간인 토지 약탈사건이 21세기 이곳 울진군청(이하 울진군)에서 벌어졌다. 울진군은 토지 소유주들의 동의도 없이 사유지에 도로를 무단으로 깔고 그 위에 가스배관, 전선, 광케이블망, 수목, 물탱크 등 시설의 사업을 시행하며 연당 수천만 원의 사용료를 챙겨왔다. 40년이 넘도록 단 일푼의 세금도 부과되지 않은 터라 자신의 땅이 도둑질당한 것 조차 몰랐던 토지주들은 이 사실을 알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이 땅에 수십년간 쾌쾌묵은 울진군의 행정비리가 고구마줄기처럼 칭칭 얽혀있다”라고 땅 소유자들은 성토한다.

 

등기 소유자들, “세금조차 부과되지 않아 40년 동안 몰랐던 내땅이었다”  

경북 울진군 북면 나곡리 일대의 한 토지 소유주 A씨는 2015년 8월 부친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는 과정에서 등기를 발행했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부친의 개인 소유 땅으로 등기명시돼 있는 산25-1 소재 임야가 자신도, 부친도 모르는 사이 도로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었다.

A씨는 “나도, 아버지도 우리 땅을 도로로 지목변경해달라고 신청하거나 여기에 동의한 적이 일체 없다. 세금고지조차 날라 온 적이 한 번도 없어 이곳에 우리 소유 토지가 있는지조차 몰랐다”라고 황당함을 토로했다.

2차선 개통한 군도20호선 삼척~포항 일부 구간. 울진군청은 사유지를 무단 점유해 각종 시설을 설치하고 사용료를 취득해왔다.(사진=환경경찰뉴스)
2차선 개통한 군도20호선 삼척~포항 일부 구간. 울진군은 사유지를 무단 점유해 각종 시설을 설치하고 사용료를 취득해왔다.(사진=환경경찰뉴스)

등기에 따르면 1979년 부산지방국도관리청은 이 땅을 지나가는 자리에 국도 7호선(현재 군도20호선)의 일부 구간인 삼척~포항구간 2차선을 개통했다. 이후 2005년 도로관리는 경상북도에서 울진군으로 넘어갔고 울진군은 2010년 8월 기존 임야였던 해당 토지의 지목을 도로로 바꾸는 지목변경을 개시했다.

울진군은 토지를 도로로 개관하는 과정에서 토지보상지급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작성된 토지보상금지급조서에는 이상한 점이 많았다. A씨 소유 토지 산25-1번지의 해당 문서에는 당시 소유자였던 A씨 부친의 날인이 돼있지 않았다. 심지어 소유주 이름까지 잘못 표기돼 있었다. 울진군은 보상금이 100% 완전 지급돼야 직인이 찍히는데 그 때 70%밖에 우선 지급돼 있지 않았던 상태라 날인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명과 달리 울진군은 나머지 30%에 대한 지급증명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사유지라고 명백히 가리키고 있는 등기가 울진군의 잘못된 행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땅 말고도 울진군에 넘어간 동일한 소유주의 다른 토지 산26-1번지에 대한 보상금지급조서도 사실 의심스러웠다. A씨는 “(산26-1번지 땅 보상금지급조서에는) 날인이 돼 있었지만 여기에 찍힌 직인이 아버지 원본 도장과 비교했을 때 모양이 조금 달랐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서도 소유주의 이름은 잘못 표기돼 있었다.

 

내 땅에서 부당 사용료까지 챙긴 울진군, “비리 의혹으로 덮인 군피아집단이다” 비난일색

울진군이 도로점용허가를 내줘 사유지에 설치된 고압 가스배관.(사진=환경경찰뉴스)
울진군이 도로점용허가를 내줘 사유지에 설치된 전신 및 전봇대.(사진=환경경찰뉴스)
울진군이 도로점용허가를 내줘 사유지에 설치된 광케이블망.(사진=환경경찰뉴스)

갖은 의혹 속에서 토지 지목변경이 이뤄진 그때부터 울진군의 본격적인 사유지 강탈이 시작된다. 울진군은 2005년 한국전력공사에 해당 토지의 점용허가를 내줘 전봇대와 전신을 들여놨다. 그리고 2018년부터는 아예 일괄허가 방식으로 관리하면서 한전으로부터 주기적으로 도로점용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어서 똑같이 토지 점용허가를 받고 광케이블망을 설치한 KT도 연 5천만 원 이상의 계속도로점용료를 울진군에 납부하고 있다.

2010년 8월경에는 한국가스공사에 가스배관매설을 위한 도로 점용을 허가했다. 울진군의 허락을 받은 가스공사는 땅을 파내고 기다란 가스배관을 심은 뒤 다시 흙을 덮었다. 이제 이 땅은 폭발위험때문에 집도 짓지 못하는 토지가 됐다. 가스배관을 설치한 가스공사는 그 대가로 2011년 11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매년 2천만 원에 가까운 점용료를 울진군에 납부해왔다.

한전과 KT, 가스공사의 입장은 일관됐다. 울진군의 도로점용허가가 떨어졌기 때문에 도로법상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었다는 답변이었다.

KT가 사유지에 광케이블망을 설치해 울진군에 납부한 도로점용료.(사진=환경경찰뉴스)
울진군이 한전에 보낸 도로점용 일괄변경 허가 공고. 사유지에 전신 및 전봇대 등을 설치하고 울진군에 납부한 도로점용료 일부도 기재됐다.(사진=환경경찰뉴스)
한국가스공사가 사유지에 가스배관을 설치해 울진군에 납부한 도로점용료 일부. 가스공사는 2011년 11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매년 2천만 원에 가까운 점용료를 납부했다.(사진=환경경찰뉴스)

이외에도 해당 토지에는 울진군이 심은 200그루의 백일홍과 물탱크가 있다. 울진군 산하기관인 맑은물사업소에서 설치한 이 물탱크 역시 인근 주민들의 시선이 석연치 않다.

2015년경 울진군은 나곡6리 통합 소규모수도시설 설치사업을 진행하면서 스테인리스 원통형 물탱크를 문제가 되는 이 땅 위에 설치했다. 설치 비용은 마을 발전기금 명목으로 마련됐던 27억 원 상당의 특별지원금이었다. 이 특별지원금은 나곡리와 인접한 강원도 고포리의 LNG공장으로부터 나온 환경오염 피해가 울진군까지 내려오면서 강원도가 그 보상액으로 울진군에 교부한 지원금이었다.

당시 울진군은 이 돈의 일부를 마을 잔치에 쓰고 나머지는 물탱크를 설치하는데 모두 사용했다고 밝혔다. 잔치비용을 제외하고서라도 물탱크 하나를 설치하는 데 그만한 거액이 들었다는 울진군의 주장에 주민들이 의심을 품자, 울진군은 물탱크 설치에 든 비용은 13억 원이며 나머지는 주거환경 개선, 시설 정비 등 마을 관리를 위한 사업에 썼다고 해명했다.

주민들의 기금사용내역 정보공개 요청에도 현재 소송 중인 사항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A씨는 “명목상 그렇게 적어놓고 말로만 얘기할 뿐이다. 마을 기금이 어떻게 쓰였는지조차 공개하지 않는 게 말이 되나. 울진군은 하나부터 열까지 비리 의혹으로 덮인 군피아(군청+마피아) 집단이다”라고 주장했다.

사유지에 설치된 물탱크. 마을공동기금을 사용해 설치한 이 물탱크 설치 사업에도 울진군의 행정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사진=환경경찰뉴스)

울진군은 너무 오래된 일이라 당시 일을 처리했던 담당 공무원이 현직에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문제는 울진군이 사유지를 점유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는 행위가 현재까지 진행중이라는 점이다. 지금 당장 등기부 등본을 떼봐도 서류는 여전히 이 땅이 A씨를 비롯한 개인 소유지라는 것을 명백하게 가리키고 있다.

A씨는 “과거 울진군은 아버지가 소유한 다른 땅에 대해서도 쓰레기 매립장으로 쓴다면서 반강제로 땅을 팔게 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아버지는 울며 겨자먹기로 토지를 팔았는데 이번에 자신도 모르게 토지를 강탈당한 사실을 알고 너무도 분통해하신다”라고 읍소했다.

울진군은 법무법인 감정평가를 통해 해당 미불용지 보상금으로 약 1470만원을 측정하고 토지주에 합의를 요청했지만, 토지주는 그간 받은 피해보상과 울진군이 얻은 부당이득과 비교해 터무니 없는 금액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현재 문제가 되는 군도20호선 도로에는 A씨 부친과 같은 사유지 침해 피해자가 25~3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험시설 밀집된 내 땅...설치 규정 지켰다지만 ‘시한폭탄’

한편, 이 도로에 깔린 고압 가스배관, 전봇대 및 전선, 광케이블망 등 고위험시설이 한곳에 밀집된 현 상황을 두고 안전성 논란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관계자는 “지하에 매설된 가스배관은 타 시설물과 법적 이격거리를 지켜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도시가스업법시행규칙별표에 따르면 배관의 이음매와 절연전선과의 거리는 10cm 이상, 절연조치를 하지 않은 전선 및 단열조치를 하지 않은 굴뚝과는 30cm 이상 등 거리를 두게 하고 있다. 이격거리를 준수하지 않았을 시에는 관련규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안전거리가 너무 짧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2014년 서울의 총리 공관 근처에서 피복이 벗겨진 전선이 합선돼 밑에 있던 플라스틱 가스 배관 일부를 녹여 가스가 누출된 사고가 발생하기도했다. 2004년 서울 석촌동에서는 가스배관에 설치된 통신케이블 때문에 배관이 파손돼 자칫하면 큰 폭발로 이어지는 대형 사고가 날뻔하기도 했다.

이처럼 단순 결함에서 발생한 사고 사례도 다분하다. 만약 지진 등 재난·재해 사고가 일어난다면 어떨까. 참단한 결과를 초래할 시한폭탄이나 다름 없는 땅이다. A씨는 “울진군 공무원조차도 여기에 집을 지엇다가는 폭발한다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젠 내 땅임에도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도 없는 위험한 땅이 되어버렸다”라고 한탄했다.

울진군은 이외의 다른 시설 설치 여부, 가스배관 설치 깊이 등 안전성과 관련한 정보공개 요청에도 역시 소송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불응하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