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우리가 아는 비둘기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양비둘기,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지정
집비둘기에 밀려 위기에 처한 국내 텃새

  • 기사입력 2021.01.01 13:23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양비둘기. (사진=국립생태원 공식 블로그 갈무리)
양비둘기. (사진=국립생태원 공식 블로그 갈무리)

길거리 어디에서나 흔하게 보이는 비둘기가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하면 믿어지겠는가. 사실 우리가 아는 비둘기가 다 같은 종은 아니다. 도심 공원 등에 배설물을 뿌리며 애물단지로 등극한 비둘기들은 주로 집비둘기다.

그리고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우리나라 토종 비둘기는 양비둘기다. 낭비둘기, 굴비둘기라고도 불리며 국내 1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희귀한 텃새다.

양비둘기가 우리나라 토종 조류인 반면 집비둘기는 유럽 원산인 바위 비둘기를 인간이 개량해서 만들어진 품종으로 전 세계에 약 280종류가 있다. 그래서 개체별로 색깔이 검은색, 흰색, 갈색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집비둘기와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양비둘기는 모든 개체가 동일한 깃털 색깔을 띈다. 몸 전체가 회색이고 날개에 검은색 줄 2개가 있으며 허리가 흰색이다. 꼬리에는 넓은 흰색의 띠가 있다.

양비둘기는 전남 고흥 해안과 경남 창녕 낙동강 주변, 경기도 연천 임진강 주변, 전남 구례 화엄사, 천은사 등 일부 지역에만 남아있다. 이중 화엄사에는 양비둘기가 사찰 건물 처마 밑에 알을 낳고 번식을 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다. 나머지는 주로 강 하구나 해안가의 절벽에 분포하고 있다.

환경부는 양비둘기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양비둘기가 멸종 위기에 처한 이유는 국내 개체 수가 급증한 집비둘기와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1986 아시안게임, 1988 서울 올림픽 등 각종 행사에서 집비둘기 떼를 날려보낸 이후 그 개체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한다.

2009년 환경부에 따르면 집비둘기 개체 수는 서울 시내에만 3만 5천 마리에 달한다. 이들은 양비둘기와의 먹이 및 서식지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고, 이와 더불어 집비둘기와의 잡종화, 천적에 의한 포식,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는 양비둘기를 멸종 위기에 내몰았다.

이에 우리나라 멸종위기복원센터는 양비둘기 보호의 필요성을 느끼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번식하는 양비둘기의 새끼를 포획해 센터에 들여온 후 짝을 맺어주고 번식을 시켜 점차 개체 수를 늘릴 계획이다.

인공 증식된 숫자가 어느 정도 늘어나면 위협 요인이 적은 지연을 선정해 자연으로 돌려보낼 예정이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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