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컨테이너 거주 방지법에 뿔난 농민...이들의 속사정은?

고용노동부, 가설건축물 외국인 고용허가 불허 통보
2월부터 기숙사 제공 못하면 외국인 노동자 고용 못해
청년농업인 “농민 배려없고 현실성 떨어지는 탁상공론”

  • 기사입력 2021.01.07 15:09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청년농업인 A씨가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컨테이너 기숙사 불허 정책에 반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렸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청년농업인 A씨가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컨테이너 기숙사 불허 정책에 반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렸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정부가 농·어업 분야에 고용된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 고용 허가를 불허하는 등 조치를 마련하자 농민들의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과 농민의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주장이 부딪히며 공방이 뜨겁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컨테이너, 판넬) 불인정 정책을 철회하여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청원글에서 자신을 청년농업인 부부로 소개한 청원인 A씨는 최근 고용노동청으로부터 기존 컨테이너와 판넬 기숙사를 숙소로 인정할 수 없으며 2월 이후 기숙사가 없으면 외국인 노동자 본인이 스스로 숙식을 해결하거나 농민 자택에서 숙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공지를 전달받았다. 이를 위반할 경우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다는 일방적인 통보였다.

A씨는 “나처럼 토지를 임대하여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토지소유주에게 건축물 허가를 할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컨테이너, 판넬이 아닌 기숙사를 짓는 비용은 오롯이 농민이 부담해야 하는데 농민의 1년 수익과 건축 비용을 감안하고 건축행위를 권고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농민들에게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시설 건축을 강제할거면 그에 상응하는 정부의 지원정책도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직면하게 될 현실적인 문제도 함께 지적됐다.

정부는 가설 건축물 고용허가를 불허하는 개선책과 더불어 현재 기존 사업장에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패널 등을 숙소로 이용 중인 경우 외국인 근로자가 희망하여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는 방안도 내세웠다.

이에 대해 A씨는 “이러면(외국인 근로자에게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면) 농가에 남으려고 하는 외국인이 몇이나 될 것이며 새로운 기준의 기숙 시설을 갖춘 일터로 다 몰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초래할 것”이라며, “농업관련 취업으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농업에만 종사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거나 이를 악용한 사례들도 등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컨테이너 형태의 주거시설. (사진=픽사베이)
컨테이너 형태의 주거시설. (사진=픽사베이)

앞서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근로자 3850명, 사업장 496개소 대상으로 농식품부·해수부 공동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주거시설 기준을 강화하는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실태조사 결과, 조사에 응답한 농‧어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99% 이상이 사업주가 제공하는 숙소를 이용 중이며 근로자 중 약 69.6%, 사업주 중 약 64.5%가 컨테이너 등 가설 건축물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숙소가 냉·난방, 목욕·화장실, 채광·환기 시설 등 기본적인 생활여건이 마련돼 있었지만 잠금장치가 없거나 소화기·화재경보기가 없는 경우도 일부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달 20일 경기도 포천 소재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 국적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동료 노동자들에 의하면 영하 18.6도까지 떨어지는 한파 경보 속에 비닐하우스 숙소의 전기와 난방 장치가 작동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동료들은 외부 인근 이주노동자 숙소에서 잠을 잤고 사망한 노동자 홀로 비닐하우스에 머물렀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외국인 노동자가 컨테이너 등에서 사망한 사례들과 관련해 A씨는 “이런 기사를 접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면서도, “하지만 가설 건축물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 사고 사례는 극히 일부라는 것에 많은 농민들이 공감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현재 외국인 1인 1컨테이너를 사용 중이고 단열, 에어컨, 온수시설 등 모든 숙소관련 시설을 갖춘 것은 물론 전기안전검사와 연기 감지기 설치를 완료했고 소화기도 모두 구비해놓은 상태”라며, “외국인 노동자들도 환경이 열악하면 좀 더 나은 곳으로 옮기는 것이 보편적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만이 없도록 작업환경이나 주거환경을 우리가 해결해 줄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개선해 나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A씨는 “앞뒤 따지지도 않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을 운운하며 이슈화된 사건의 바람을 빌어 화려한 파도타기하듯 정치행위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라며 “현실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농민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정책이다”라고 비판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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