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풍력발전사업 두고 주민 반발...“신재생도 좋지만 우리 생활권은?”

제주도, 구좌읍에 보롬왓 풍력발전단지 조성 추진
주민들 생활권 및 환경 훼손 우려 목소리 커

  • 기사입력 2021.03.08 17:43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에서 추진되는 보롬왓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을 둘러싸고 주민들의 반발이 뜨겁다. 마을에서 400여 미터 안팎에 풍력발전기들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적극적인 피해보상대책과 생활권을 보호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신재생에너지 추진사업에 대한 주민 보호 대책을 마련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보롬왓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설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일대의 주민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최근 풍력발전기 5대가 마을 주변 400여 미터 지점에 들어온다는 얘기를 듣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반대에 나서고 있다.

청원인은 “나도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대단히 긍정적인 사람이지만 이토록 마을과 가까운 곳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된다면 저주파나 소음 영향만으로도 주민들의 생활권이 크게 침해될 것”이라며, “마을 사람들과 뜻을 모아 제주도에 민원도 넣고 도움도 청해봤지만 현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사업이라 기존 법적 근거로 막을 길이 없다고 들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주에너지공사 측은 주민들에게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외국 사례를 찾아봐도 어디에도 이렇게 마을 가까이에 풍력발전기를 세운 경우는 없었다. 피치 못 해 마을 주위에 발전기를 세워야 한다면 이주대책법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기존 제주 곳곳에서 진행되는 풍력발전사업과 달리 보롬왓 풍력발전사업은 제주에너지공사와 주민들, 향토기업 등의 참여하에 주민참여형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올해 12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사업비 660억 원을 투입해 행원리에 21㎿(4.2㎿급 5기) 규모의 풍력발전지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예상 연간 발전량은 5만2751㎿h에 달한다.

2016년부터 논의된 사업이지만 환경·경관 훼손, 주민 수용성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보류돼왔다. 특히 인근에 있는 자연유산인 만장굴 등 용암굴과 곶자왈, 습지 등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제주도 내 풍력발전사업의 과잉개발 논란도 일고 있다. 전력생산량 과잉에 따른 도내 풍력발전 출력제어는 2015년 3회, 2016년 6회, 2017년 14회, 2018년 15회, 2019년 46회, 2020년 77회로 매년 지속 증가하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에너지공사를 앞세워 ‘제주 보롬왓 풍력발전지구 지정 동의안’을 도의회에 제출하면서 지난 3일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도의회 직원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해당 상임위원회인 농수축경제위원회를 비롯해 모든 도의회 심의가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황이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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