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댐 안전조사 중 사망한 잠수부 유가족의 분노...“내 동생은 하찮은 작업자일 뿐이었나”

대구시·안전진단회사 측에 처벌 및 해결책 촉구
관계자 3명 불구속 입건...내달 중 재판 예정

  • 기사입력 2021.03.12 15:00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동생이 억울하게 죽었는데도 가창댐 관계자와 안전진단회사측은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28일 대구 가창댐 수중안전진단조사 중 사망한 잠수부의 유가족이 사건 발생 후 다섯 달이 다되도록 사과 한마디 없는 대구시와 안전진단회사에 강력한 처벌과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망한 잠수부 A씨의 누나가 올린 것으로 보이는 “제 동생은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가창정수사업소와 안전진단회사의 안전불감증으로 가창댐 내부 수중 조사 중 취수구에 끼어 사망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등장했다.

글에서 청원인은 “동생은 20년 경력의 베테랑 잠수부로 이날 가창댐 취수탑 하부 수중 조사를 위해 잠수부로 투입되었다. 본래 댐 안에 잠수부가 들어가면 안전을 위해 취수관 가동을 멈추어야 하는데 가창댐 측은 동생이 댐 내 수중으로 입수하였음에도 취수관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A씨가 댐 안으로 투입할 당시 수중은 동료 잠수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흐린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원인은 “이런 상황에서 동생은 구조물을 더듬거리며 조사를 진행하다가 취수관 근처까지 온 것을 알지 못하고 취수관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라며, “안일한 가창댐의 대처와 안전진단업체의 잘못으로 희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날 가창댐 안전진단에는 보트운용사 1명과 A씨를 포함한 잠수사 2명이 팀을 이뤄 수중탐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잠수사 1명은 의식이 있는 상태로 수면으로 올라와 구급대원으로부터 구조됐지만, A씨는 수중에 열려있던 취수구로 빨려들어 가 실종한 지 하루가 지난 뒤에야 수심 10m 지점 취수구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가창댐관리사무소는 당시 잠수사들이 취수구 인근까지 들어가 안전진단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는데 취수구 밸브를 잠그지 않았고 A씨가 실종하고 30분이 지나서야 취수구 밸브를 잠궜다. 이에 대해 청원인은 “가창댐에서는 민원이 발생해서 취수관을 닫을 수 없다는 이전의 말과는 달리 다른 취수관을 열어 물을 공급했다고 한다. 애초에 방법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라며, “절차가 복잡해서 귀찮았던 게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민원이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할 만큼 그들에게 내 동생은 하찮은 작업자일 뿐이었는가”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가창정수사업소와 엔지니어링 안전진단회사를 강력히 처벌하고 해결책을 마련해달라”라고 읍소했다.

한편, 이날 사고로 가창댐 관계자 1명과 하청업체 관계자 2명 등 3명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내달 중 재판이 열릴 전망이며 이들은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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