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뼈도 통째로" 못 먹는 게 없는 프로 먹방러, 수염수리

IUCN 적색목록 NT(준위협)종 지정
사람 손길 피해 고원 지대에만 서식

  • 기사입력 2021.03.17 15:29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수염수리. (사진=픽사베이)
수염수리. (사진=픽사베이)

이 세상에 못 먹는 게 없다는 먹성의 대가, 수염수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큰 날개를 펼쳐 하늘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모습은 여느 독수리와 다를 바 없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유의 생김새와 식성을 자랑하는 개성파 수리과의 조류다.

몸길이 약 110cm, 날개까지 편 길이 260cm에 머리는 회색이고 몸 아랫면은 누런 갈색, 못 윗면과 꽁지는 검은색이다. 눈가에서 시작해 부리까지 뻗어있는 검은색 수염 덕분에 이름이 지어졌다. 수염수리의 이 검은 수염은 녀석을 더 위협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로 만들어줬다.

수염수리는 살면서 두 번 정도 다른 색의 깃털옷으로 갈아입는다. 태어난지 1년이 된 시점 첫번째 털갈이를 한 후 4년까지 유지하다가 개체마다 시점은 다 달라도 이후 모두 두번째 털갈이를 거친다.

수염수리는 암수 구별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새다. 서로 깃털이 달라 골상 역시 다른 모습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보통 암컷이 수컷보다 체구가 더 크고 무거우며 부리와 꼬리가 더 길다.

녀석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먹는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수염수리는 주로 동물의 사체를 먹는데 동물의 작은 뼈는 통째로 삼키고 큰 뼈는 공중에서 떨어뜨려 부순 뒤 먹는 습성을 갖고 있다.

이같은 습성 때문에 웃지 못할 일화도 전해진다.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 중 한 명인 아이스킬로스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다.

아이스킬로스는 어느 날 넓은 평원을 지나가 하늘에서 떨어진 거북을 머리에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고 한다. 수염수리가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인 거북을 먹기 위해 하늘 높은 곳에서 떨어뜨린 것을 아이스킬로스가 불운하게도 머리에 맞은 것이다.

수염수리는 알타이지방과 중국, 몽골 동부에서 에스파냐와 모로코 및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지역에 널리 분포해왔다. 그러나 이젠 그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 멸종 위기에까지 처했다.

티베트와 중앙아시아 고산지대에서 소규모 무리만이 확인될 뿐이다. 수염수리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다니는데, 이곳 지역에서는 수염수리를 신성하게 여겨 함부로 대하지 않는 덕분이다.

최근 한반도에도 수염수리가 잠시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2013년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상공에서 1마리가 관측됐는데 이 때가 우리나라에서 수염수리를 발견한지 95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수염수리를 적색목록 NT(준위협)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국가들도 복원 사업을 추진하는 등 수염수리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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