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귀엽다고 얕보면 ‘앙’ 물어버릴거야”... 세계에서 가장 작은 맹수의 포효

검은발살쾡이, IUCN 적색목록 VU(취약)종 지정
현존하는 야생 개체 수 1만 마리에 불과해

  • 기사입력 2021.03.30 15:27
  • 기자명 고명훈 기자
검은발살쾡이. (사진=Soha)
검은발살쾡이. (사진=Soha)

세계에서 가장 작고 귀여운 고양이로 알려져 있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냉혹한 맹수로 불리는 고양이 친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검은발살쾡이다.

실제로 수컷 성체의 몸길이가 29~37cm, 암컷이 35~40cm 정도에 불과한 검은발살쾡이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고양이들과 비교해 봐도 몸집이 작다. 무게도 약 2kg에 그친다.

작은 몸집에 비해 큰 얼굴에는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쫑긋 세운 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맹수라는 말에 선뜻 다가가지 못하다가도 눈빛을 보면 일순간 경계심이 녹아버리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아이다.

생김새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나름 맹수의 조건과 특징을 가지고 있다. 털빛은 적갈색을 띤 담황색에서 황갈색으로 변이가 있으며 위장에 도움을 주는 검은색 또는 갈색의 타원형 반점이 있다. 어깨와 다리, 꼬리에 같은 색의 줄무늬도 있다. 표범이나 호랑이를 연상케 하는 줄무늬다.

큰 눈에는 망막 뒤에 반사경 같은 층이 있어 밤에 빛을 반사해 파란색으로 빛난다. 야행성인 녀석은 밤에도 이 큰 눈을 또랑또랑 뜨고 다니며 먹이를 찾아다닌다.

검은발살쾡이의 가장 큰 특징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발바닥을 두텁게 덮고 있는 검은 털이다. 아프리카 남부의 고유종인 검은발살쾡이는 주로 나미비아, 남아프리카, 보츠나와, 짐바브웨, 앙골라 남부 등의 사막 지대에서 지내는데 이 두터운 털이 사막의 뜨거운 열기로부터 몸을 보호해준다.

보통 단독 생활을 즐기는 검은발살쾡이는 낮에는 바위틈이나 나무 아래에 숨어 지내다가 밤이 되면 어슬렁어슬렁 기어 나와 본격적으로 사냥에 나선다. 쥐, 새, 새알, 거미, 도마뱀, 곤충 등 자신보다 작은 것들을 잡아 먹는다.

이렇게 작은 생물만을 취급하면서도 자신의 체중에 1/6에 달하는 식사량을 채워야 하는 대식가이다. 녀석이 종일 사냥감을 찾아다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후변화와 벌목 등으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안 그래도 충분치 않은 먹이들이 점점 더 사라지면서 현재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든 녀석들이다. 야생 검은발살쾡이는 이제 전 세계에 약 1만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검은발살쾡이를 적색목록 VU(취약)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동물원 등에서 60마리 정도의 검은발살쾡이를 사육하면서 번식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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