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택시의 장거리 손님 골라태우기 진짜일까?

서울시, 실태조사 결과 공개…공정위·국토부에 개선사항 전달

  • 기사입력 2022.02.23 14:58
  • 기자명 조희경 기자

논현동에 사는 A씨는 야근을 할 때마다 회사가 있는 강남역에서 집까지 택시를 타기 위해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는데, 배차가 잘 되지 않아 택시가 잡힐 때까지 길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먼 거리에 사는 동료도 똑같이 카카오택시로 택시를 호출했는데 동료는 배차가 금방 되는 걸 보면서 도대체 왜 그런 건지 늘 궁금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카카오택시’ 호출이 잘 안 된다는 지적이 계속됨에 따라 서울시가 플랫폼택시의 승객 골라 태우기가 실제로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첫 실태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는 택시플랫폼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카카오택시의 ‘승객 골라태우기’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단거리보다는 장거리, 손님이 없는 밤 시간대보다는 저녁시간대 호출 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두 달 간 카카오택시를 직접 불러서 탑승하는 ‘미스터리 쇼퍼’(고객으로 가장해 기업의 직원 서비스 따위를 평가하는 사람) 방식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이 기간 호출한 카카오택시는 총 841대. 조사는 △장거리(10km 이상)·단거리(3km 이내) △평일·주말 △도심·비도심 △아침·저녁·밤 시간대로 구분해 적정 표본을 확보했다.

조사 결과 카카오택시의 목적지 표출에 따라 택시기사가 승객을 골라태우고 있다는 정황을 일부 포착했다. 특히 평일 밤시간대에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단거리 통행의 호출 성공률이 23%로 가장 낮았다. 같은 조건에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우엔 호출 성공률이 54%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자료=서울시)
(자료=서울시)

실제 카카오택시로 일반택시를 호출해 배차 성공된 건을 분석한 결과 장거리(81.8%)보다는 단거리(66.4%), 주말(88.1%)보다는 평일(63.3%), 아침(79.0%)·저녁(83.2%)보다는 밤시간대(58.6%)일수록 호출 성공률이 낮았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장거리 호출 성공률이 높고 단거리는 낮은 점, 밤시간대 호출 성공률이 낮고 배차실패횟수도 타 시간대보다 높은 점을 고려할 때 목적지를 보고 골라 태운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단거리 호출 실패율이 장거리보다 높은 것은 승객 골라 태우기를 의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시는 또 택시업계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카카오택시의 자사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에 대한 실태조사도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일반택시를 호출해 배차에 성공한 경우 중 약 39%는 가맹택시(카카오T블루)가 배차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평일보다는 ‘주말’, 장거리보다는 ‘단거리’, 저녁·밤보다는 ‘아침’일수록 가맹택시가 배차된 비율이 높았다.

특히, 승객이 많은 ‘평일 밤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호출의 경우 가맹택시 비율이 16.7%로 가장 낮은 반면, 승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말 아침 도심에서 도심으로 가는’ 호출은 86%로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가장 높았다. 

승객이 많을 경우에는 일반택시를 그 반대의 경우엔 가맹택시를 배차해 상대적으로 가맹택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시는 카카오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콜 몰아주기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조사와 분석을 할 계획이다. 택시업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과 같이 일반호출시 일반택시가 아닌 가맹택시가 배차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다만, 시는 카카오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콜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먼저 카카오택시 콜 몰아주기를 조사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실태조사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에는 가맹·중개택시 인·허가 등 관리 권한을 시도지사에 위임해줄 것을 건의하고, 가맹·중개 택시 사업 분리, 목적지 미표기 등 제도개선도 요청할 계획이다.

백호 도시교통실장은 “카카오택시는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 가까이를 점유할 정도로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며 “시민들의 택시 이용 편의 증진과 공정한 택시산업 발전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환경경찰뉴스 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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