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논란 본격화

유해성 여부 은폐 압수수색에 덜미 잡혀
증거인멸 우려 임직원들에 구속영장 청구

  • 기사입력 2019.03.18 10:15
  • 기자명 공성종 기자
(사진=네이버 블로그 갈무리)
(사진=네이버 블로그 갈무리)

SK케미칼이 지난 1994년 세계 최초로 출시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는 가습기의 보편화로 대량 생산·유통되며 가정 및 사무처에 보급됐다.

그러나 SK케미칼에서 판매한 가습기 메이트는 수입한 유독성 물질로 만든 살균제로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쳐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화증’을 나타내며 2012년 한 해에만 수백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훗날 SK케미칼에서 만든 가습기 살균제 성분은 휘발성 유기화합물로 구성된 발암물질인 것으로 밝혀졌다.

옥시에 이어서 애경과 함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SK케미칼은 가습수 물통에 붓는 세척제에 강력한 살균 효과를 내기 위해 인체에 유해한 유독성 물질을 제품에 투척했다.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이 사건은 재수사가 들어가며 희생자들의 보상 문제가 남아있다.

그러나 SK케미칼은 이 모든 책임을 공급처에 떠넘기고 자신들은 믿고 제품을 만들었단 이유로 모든 죄 혐의로부터 벗어나갈 수 있었다. 희생자들의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SK케미칼은 희생자 유가족들이 청구한 재판에서도 국내 최대 로펌까지 선임해 “알고 만들었겠냐”는 식의 철벽 방어로 변명하며 사건을 은폐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에 검찰은 지난 1월 가습기 살균제 공급업체인 SK케미칼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이 담긴 연구 보고서를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1995년에 작성된 SK의 가습기 살균제 실험보고서이며, 이는 1994년에 출시된 가습기 살균제가 유해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출시됐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압수수색을 통해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 중 인체에 유독한 것으로 알려진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을 공급됐다.

이는 1960년대 말 미국 롬앤하스사(R&H사)가 개발한 유독 화학물질로,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화학물질로 분류되다가 가습기살균제 사건 발생 후인 2012년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지정했다.

또한 이들은 옥시의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등에 원료로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등을 공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지난 2013년 증거를 은폐한 정황이 드러나 충격은 더해지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14일 SK케미칼 부사장 박모씨에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박씨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모·양모 전무 등 임직원 3명에 대해서는 “각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관여 정도, 주거관계, 가족관계, 심문태도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그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한편 이번 영장발부에 대해 피해자와 시민단체인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보도자료를 내고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으로 피해자는 총 6천309명이며 이중 사망자는 1,386명, 생존자는 4,923명이다. 2016년 기준 피해자 4천50명보다 약 2천명 늘어난 수치로 피해자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SK케미칼에 대한 검찰수사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경찰뉴스 공성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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