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서 운영하는 우체국보험 정말 안전한가요?
국가에서 운영하는 우체국보험 정말 안전한가요?
  • 이의정 기자
  • 승인 2020.03.1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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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상품관리, 제멋대로 셈법, 높은 부지급률 지적
우체국보험 부실관리, 감독 논란...금융관계당국 점검 필요

소비자들 사이에서 우체국보험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우체국보험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서민금융기관을 표방하고 있지만 민간보험회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건전성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비판이 크다. 게다가 지난해 7월, 10년 만에 처음으로 금융당국은 우체국예금보험에 대한 건전성 검사에 들어간 결과 부실하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음을 발견해 건전성 기준 개정안 마련에 나섰다. 이에 우체국보험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우체국보험, 정말 안전한 보험일까?

A씨는 최근 취업을 하며 경제적인 여력이 생기자 보험의 필요성을 느끼고 우체국에서 상해보험과 암보험을 가입했다. 그런데 보험약관을 유심히 살펴보다 의문점을 느끼고 당시 보험을 가입한 00우체국 직원과 통화를 하다가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알게 됐다.

우체국보험은 금융감독원에 등록되지 않아 보험업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우체국보험이 일반민간사업자가 판매하는 보험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당연히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우체국보험은 새마을금고에서 판매하는 보험처럼 유사보험으로 분류된다. 현재 우체국보험·농협공제·수협공제·새마을금고공제·신협공제 등을 5대 유사보험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체국보험은 어떤 법에 의해 운용될까? 우체국보험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우정사업본부에서 판매하며 ‘우체국예금보험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 법 제3조에 따르면 우체국예금사업과 우체국보험사업은 국가가 경영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관장한다.

이에 소비자들은 국가에서 운영하기에 우체국보험이 민간회사의 보험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이에 우정사업본부를 관할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보통 예적금은 예금자보호법에 보호받는 것처럼 우체국보험도 우체국예금보험법에 보호를 받고 국가에서 운영하는만큼 하루 아침에 도산할 리가 없다”며 “우체국예금보험의 경영공시를 보면 내실 있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만약에 어쩔 수 없어 민영화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 그때 가서는 법이 개정되는 등 보완이 이루어질 것이다" 라고 전했다.

하지만 IMF를 호되게 경험했기에 국가의 재정 안정성도 결코 확신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보통 민간보험은 보험사의 지급여력(RBC)비율로 보험의 안전성을 검증한다. 지급여력비율이란 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 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 지표를 말한다. 쉽게 말해 지급여력비율은 보험회사에 모든 계약들의 보험금 청구와 계약의 해지 또는 만기환급금등이 일시에 들어올 때 지급할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는가를 말해주는 지표다.

이 지표는 보험회사의 경영상태를 나타내며 지급여력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건전성이 탄탄하다는 방증이 된다.

현행 보험업법은 지급여력비율이 100%를 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금감원은 150%를 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금감원은 100% 미만이면 경영 개선 권고·요구·명령 등 적기 시정 조치를 하고, 150% 미만일 경우 경영진 면담 등 사전 관리를 시작한다.

우체국보험의 경우 보험공시에 따르면 지급여력비율은 222%를 넘었다. 하지만 지급여력비율의 산출법도 일반 보험사와는 다르다. 공식을 적용해 산출해보면 우체국 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은 122%지만 금융감독 당국은 우체국에 대한 정부 보증을 인정해 100%포인트 어드벤티지를 더해 222%로 평가하고 있다. 이를 보더라도 민간보험사보다 많은 혜택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보험업법 제2장 제9조에 의하면 보험회사는 300억원 이상의 자본금 또는기금을 납입해야 한다. 다만 보험회사가 보험종목 일부만을 영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50억원 이상의 범위에서 액수를 달리할 수 있다. 하지만 우체국예금보험은 무자본으로 출발했다. 까다로운 금융제재에서 벗어나 예금보험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출처=우체국보험 경영공시)
2019년 우체국보험 경영공시 (사진출처=우정사업본부)

이에 우체국보험 관계자도 "우체국보험은 무자본으로 출발했기에 자기자본이 취약하다"고 밝혔다. 다만 “우체국보험을 운영하는 우정사업본부는 국가기관이다 보니 국가 회계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며 “매년 외부회계감사를 실시하며 그 결과를 금융위원회에 통보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체국보험은 금융위원회에 결과를 통보만 할 뿐 관리감시는 전혀 받지 않았다. 지난해 박선숙 의원실(바른미래당)이 우체국예금보험에 대한 건전성 관리 미비를 지적하며 금융당국 차원의 상시감시 필요성을 언급하자 그제서야 금융위와 금감원은 그동안 들여다보지 않았던 우체국예금보험에 대한 자산건전성 및 자본적정성 비율, 리스크 관리 기준 등을 들여다보았다. 10년만의 일이다.

2019년 우정사업본부 특정감사보고서 (사진출처=알리오)

그 결과 우체국보험의 부실관리가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우정사업본부 특정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우체국보험은 보험가입 이벤트를 시행하면서 3만원을 초과하는 상품을 제공하는 등의 시장교란 행위를 자행했다. 리스크 산출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도 2014년 통합리스크 시스템 도입 시 PD(부도율) 및 LGD(부도시 손실률)를 표준 공시수치로 설정한 이후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점 등도 드러났다.

또한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보험에 대한 공시도 소비자들에게 재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국가가 운영함에도 불구하고 공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다. 우체국보험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보험으로 서민들을 위한 보험이라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 더더욱 민영보험사보다 지급여력이라든가 기타 공시 지표들에 대해 공개할 책임이 있다. 특정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민원내용 공시 등 일부 항목을 공시에서 누락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우체국보험 사업단은 책임준비금 산출 또는 검증 인력이 별도로 없으며, 책임준비금 산출 업무가 분리되어 있어 협력 또는 검증이 원활하게 수행되지 못했다.

특정감사결과 47건의 사항이 지적됐지만 권고나 개선의 조치만 내려졌을 뿐 금융당국은 관리권한이 없어 강한 제재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2019년 우체국보험 경영공시 (사진출처=우정사업본부)

우체국보험 관계자는 매년 6조원의 돈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수천만에 달하는 계약과 수조의 돈이 들어오고 수십조의 자산을 보유하고있음에도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고 외부회계만 실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방만하게 사업이 운영되고 방치돼 있다는 우려를 낳을 수 밖에 없다.

◆ 부실한 상품관리, 제멋대로 셈법, 높은 부지급률...금융관계당국 점검 필요

이러한 부실한 사업관리 및 감독기관의 사각지대는 소비자의 피해로 귀결된다.  

A씨가 00우체국에서 암보험을 가입할 당시 담당직원은 갱신형 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당시 직원이 설명한 것은 국가가 보장한다는 것과 저렴한 보험료뿐이었다. 소비자는 제대로된 설명도 듣지 못하고 국가가 보장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입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에 민간 보험설계사들은 우체국 직원들에 대해 보험에 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A씨가 가입한 암보험은 3만7300원 (10년 단위 갱신형 암보험 납입료)을 10년 납입하면 총 400만원이상을 내게 되지만 200만원 밖에 돌려받지 못하는 구조였다. 저렴한 보험료라고 생각하지만 10년 갱신형인 상품이기 때문에 10년마다 상상 이상으로 보험료가 오를 것이다. 또한 10년 후에 재갱신할 때 질병이 있으면 보험가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 보험설계사들은 이런 우체국 보험의 맹점을 꼬집었다.

2016년 국감 자료에 따르면 우체국 보험의 부지급률(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한 건 중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비율)은 8.41%로 민간보험사 평균 0.96%보다 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보험이 부지급률이 높은 것은 서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감독기관의 사각지대로 소비자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소비자는 보험을 가입하고 피해를 입어도 제대로 구제를 받을 길이 어렵다. 실제로 1994년부터 우체국 연금보험 상품을 가입했던 소비자는 연금액 산정을 두고 우체국과 법적 소송을 벌여 승소한 바 있다. 이 소비자는 2000년부터 매년 연금을 받으면서 당시 계약한 약관과 다르게 받았음을 인지해 소송을 제기했다. 우체국은 보험계약 모집 당시 고객에게 제공한 약관과 다른 자체 연금액 산출 기준을 적용해 연금을 지급해 온 것을 시인했다. 이에 법원은 가입자와의 약속인 약관은 금융기관 자체적으로 설정한 셈법보다 우선한다고 판결했다.

이같은 판결이 나오기까지 소비자는 수차례 우정사업본부에 민원을 제기했으며 우체국보험분쟁위원회에서 민원이 일부 수용돼 조정 결정을 받아냈지만 문제가 완전이 해결되지 않아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이같은 우체국보험의 부실한 사업관리 및 감독기관의 사각지대 문제에 대해 금융당국의 직접 관리감독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