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진 맥도날드 햄버거 조리 노동자, 법원 판결로 산재 인정

과로와 스트레스, "절대적인 시간 기준 없어"

  • 기사입력 2023.08.28 20:05
  • 최종수정 2023.08.29 20:06
  • 기자명 공성종 기자
맥도날드에는 햄버거를 45초 안에 만들어야 하는 '서비스 타임' 규정이 있어, 이로 인해 노동자가 화상을 입거나 심각한 부상을 당할 위험이 있어 산업재해 논란이 확대되었다.맥도날드에는 45초 안에 햄버거를 만들어야 하는 '서비스 타임'이 존재하는데, 이는 근로자가 화상을 입거나 크게 다칠 수 있어 산업재해 논란을 키웠다. (사진=알바노조)

"시간만이 과로를 측정하는 유일한 기준이 아니다." 서울행정법원 김주완 판사의 이 말은 새로운 논의의 여지를 열었다. 근로복지공단이 초기에 요양불승인처분을 내린 뒤, 주 5일 하루 7.5시간씩 햄버거를 조리하던 맥도날드 노동자 조모씨(60)의 산재 승인 신청이 이번 판결로 인정되었다.

◇업무와 뇌출혈의 인과관계
조씨는 6년 동안 서울 강서구의 맥도날드 염창 DT점에서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2020년 2월 새로 부임한 매니저와 근무시간 변경 문제로 갈등이 생겼고, 젊은 동료들과 마찰을 빚었다. 복직 5일 만에 야간근무 지시를 받고 일하던 중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었다. 진단 결과는 뇌출혈이었고, 수술 후에도 아직 거동이 어렵다.

◇법원, "근로시간만이 과로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조씨가 일한 시간은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른 ‘발병 전 12주간 주 평균 60시간(4주간 주 평균 64시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히려 조씨가 발병 당시 56세 여성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주 5일 밤 11시까지 근무하면서 상당한 정신적·육체적 피로를 느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의학적 판단 무시, 사회적 문제로 해결
더욱이, 재판부는 대한의사협회의 감정 결과에 의존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씨가 업무 중 받은 스트레스가 과도한지는 법원이 증거조사를 통한 사실인정 및 규범적 평가를 거쳐 판단할 사안”이라며,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조씨의 개별적 상황을 기준으로 보면 조씨는 뇌출혈 당시 상당한 직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산재 인정, 그 뒤에는?
이번 사례는 단순한 노동자와 고용주, 또는 의료 기관과의 문제를 넘어서 국가적 차원에서 산업재해의 기준과 그 인정 과정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 기준만으로 산재를 판단하는 현재의 제도는 노동자의 신체적, 정신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러한 판단 기준이 노동자의 건강을 더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시간이 아닌, 사람의 건강상태와 근로환경을 봐야 한다"는 이번 판결이 던진 메시지는 단순한 사건을 넘어서 노동환경과 그에 따른 산업재해 인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환경경찰뉴스 공성종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