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신탁의 불공정 약관 사태… "금융감독 체계의 허점을 드러내"

감사원, 한국자산신탁 불법약관 사건 중심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심층 감사 실시

  • 기사입력 2024.02.07 20:03
  • 최종수정 2024.02.14 12:16
  • 기자명 조희경 기자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대표이사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투자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금융투자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공동취재)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대표이사. (사진=뉴스1)

감사원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대해 '감사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위와 금융감독기관, 정부에 대한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감사는 민간인 정유경 씨가 제기한 공정위의 오랜세월 계속된 직권남용, 특혜 등에 대한 국민감사청구에서 비롯되었다.

정 씨의 청구는 한국자산신탁의 신탁계약서를 이용한 불법영업으로 인한 피해를 중심으로, 공정위의 한국자산신탁에 대한 권력남용, 사건은폐, 특혜 제공, 위법 행정 등에 대한 심각한 주장을 포함한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감사 실시 결정을 통보하고,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한 내부 심의 기간 소요를 이유로 감사 기한을 2월까지 연장한 바 있다.

특히, 한국자산신탁이 수십 년 동안 금융위에 신고하지 않은 불공정 약관을 전국의 신탁 현장에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융감독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 지적되며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사건은 공정위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의 조사, 검사, 관리감독, 제재 메커니즘의 실효성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며, 국가기관들의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와 금융시장의 공정성 확립에 대한 중대한 전환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무효로 판단된 불공정 약관 조항들의 구체적 분석

공정위는 2019년 5월, 한국자산신탁의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서 특약에 숨긴 9개 약관을 포함하여 13개의 조항들을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하고 '시정권고'를 내렸다. 주요 조항은 다음과 같다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조항: 수탁자의 주의의무 이행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 실질적인 책임소재의 모호성을 야기한다.

건물·건축 등에 관한 조항: 수탁자가 신탁재산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위탁자가 시공사에 대한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명시, 신탁기간 중 또는 신탁 종료 후 발생하는 손해에 대한 신탁사의 책임 전가 문제를 일으킨다.

하자담보 책임 조항: 신탁기간 중 또는 종료 후 신탁한 토지에 하자가 있거나 손해가 발생한 경우 위탁자의 책임으로 규정, 신탁사의 부당한 책임 전가 문제가 존재한다.

이밖에도 "신탁사의 시공사 선정 권한, 공사비 지급 권한, 자금 집행 결정권한, 정산 결과 이익 여부 등에 대해 일체, 어떠한 이의 제기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불공정한 조항들이었다. 이러한 조항들은 모두 신의성실의 원칙과 일반적인 법 원칙에 위반되며, 공정성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하여 무효화되었다.

금융투자업자는 약관을 제정 또는 변경할 경우, 자본시장법 제56조(약관신고 의무)에 따라 미리 금융위에 신고해야 하고,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자산신탁은 이러한 절차를 무시한 채 불공정 약관을 사용하여 불법영업을 해왔다.

 

금융감독의 실패- "감독 기관의 눈을 피한 불공정 약관의 숨바꼭질"

이에 금감원은 한국자산신탁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지난달 11일, 금융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불법 약관을 사용한 불법 신탁영업 사실을 확인하고 과태료 4천 8백만 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한국자산신탁이 수십 년 동안 신고하지 않은 신탁 약관으로 부당 이익을 취해온 사실을 고려할 때, 너무나도 미흡한 처벌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2019년 5월 시정권고 이후의 약관 개정 과정에서 공정위와 금융위가 한국자산신탁의 불공정 약관 사용과 관련된 불법 영업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단 2개 조항의 시정만을 명령하며 사건의 심각성을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와 금융위는 신탁사의 과실 책임을 면제하는 조항을 포함해 금융약관의 개정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민법 제750조에 따른 고의나 과실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 원칙을 위반하며,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한해 신탁사가 책임을 진다'는 부당한 개정을 승인했다는 점에서 권한 남용의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금감원의 제재 및 한계- "제재의 칼날은 무뎌졌나?"

금감원의 제재 공시에 따르면, 한국자산신탁에 대한 제재는 주로 과태료 부과와 임원에 대한 주의 조치로 끝났다. 제재 대상 사실은 약관 신고·공시 의무 위반과 2019년 공정위 시정권고 이후에도 신고의무 위반, 공시의무 위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특히 2013년부터 사용된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서의 약관 신고 및 공시 미이행의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금감원이 금융기관에 대한 불법 행위 발견 시 기관 고발을 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서 그러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금융감독 체계 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향후 유사 사건에 대한 더 엄격한 대응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공정위와 금융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자산신탁의 사례를 통해 드러난 금융 시장의 불공정 거래와 관련된 법적 및 행정적 허점을 메우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기업의 불법 행위를 넘어, 공정하고 투명한 금융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국가 기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경경찰뉴스 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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