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최종결정

2021년부터 낙태죄 효력 상실, 66년 만에 낙태죄 폐지
엇갈린 사회 각계 반응…여성단체 “환영”/종교계 “유감”

  • 기사입력 2019.04.11 16:26
  • 최종수정 2019.04.11 16:27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모두를위한낙태죄폐기공동대표 페이스북)
(사진출처=모두를위한낙태죄폐기공동대표 페이스북)

11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낙태를 처벌하도록 한 현행법(이하 낙태죄)이 헌법에 불합치하다고 판단했다. 1953년 낙태죄 조항 도입 이후 66년 만에 이루어진 결정이며 지난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 이후 7년 만에 뒤집어진 판결이다.

헌법불합치란 어떤 조항이 위헌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특정 시점까지는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결정이다. 이것은 갑작스럽게 위헌을 선고해 어떤 조항이 바로 효력이 없어질 경우 발생하는 사회적 혼란을 우려한 결정이다. 단 결정 시점 이후로 대상 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바로 효력을 잃는다.

이날 유남석,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재판관이 단순위헌, 조용호, 이종석 재판관이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헌법불합치와 단순위헌 의견을 합치면 법률에 필요한 심판정족수를 충족한다. 따라서 헌재는 7:2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20년 12월 31일 이전, 개선 입법을 할 때까지 해당 조항을 계속 적용키로 했다. 개선입법이 없으면 2021년 1월 1일부터 낙태죄는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헌법불합치의 경우 위헌과 달라 기존에 낙태죄로 처벌을 받았던 사람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 판단을 받을 수는 없다. 만약 헌재가 위헌 판단을 내렸을 경우 2012년 합헌 결정 이후 새롭게 낙태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들은 재심을 통해 무죄 판단을 받을 수 있었지만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무산됐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내부 인적 구성의 변화와 낙태죄 폐지 여론에 힘입어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확률이 크다고 이미 내다보고 있었다.

유남석 헌재소장은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은애 헌법재판관도 "현행법의 낙태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며 낙태죄 처벌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여기에 김기영·이석태·이영진·이종석 헌법재판관 역시 낙태죄 처벌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헌재의 위헌 결정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였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 헌재청사 1층 대심판정에서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이다.

동의낙태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A씨는 동의낙태죄 조항에 대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2017년 2월 헌법소원을 제기했었다.

헌재의 이번 결정에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다. 그동안 여성단체들은 ‘태아의 생명권’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해야 한다며 낙태죄 폐지를 강력하게 요청해 왔었다.

이날 헌재 앞에는 오전부터 낙태죄 폐지의 찬반을 주장하는 각종 시민단체들이 모여 헌재의 위헌 여부 결정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여성단체들은 헌재의 결정을 환영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 우리는 승리했다. 이제 우리는 결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형법개정과 모자보건법의 전면 개정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이 천명됐다. 더이상 어떤 허락도 처벌도 용인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반면 종교계는 크게 반발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낙태는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직접 죽이는 죄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는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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