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산업화의 어두운 그림자, 직업병
[세상에 이런 일이] 산업화의 어두운 그림자, 직업병
  • 이의정 기자
  • 승인 2019.06.28 2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기자가 전하는 세계의 환경오염 사건들 23
한국 최초의 산업재해,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사건
(사진출처=원진녹색병원)
(사진출처=원진녹색병원)

1964년 화신백화점 창업주인 박흥식은 일본 도레이에서 노후한 인조견사 제조설비를 한국에 들여와 1966년에 최대 인견 제조 공장을 세웠어요. 이 공장이 바로 ‘원진레이온’이었는데요.

‘원진레이온’은 1980년대까지 한국의 산업화에 톡톡히 기여한 공장이지만 이곳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죽어갔어요.

문제는 노후한 기기에서 발생하는 불순물인 이황화탄소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발생했는데요. 충격적인 것은 이황화탄소는 독일이 유대인 학살에 사용했던 독가스랍니다. 이 독가스는 색깔과 냄새가 없고 호흡기와 피부 등을 통해 인체로 유입돼요.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은 월평균 320시간을 이 독가스를 들이마시며 일을 했던 거죠.

이 독가스에 중독된 노동자들은 사지마비, 정신이상, 기억력 감퇴, 콩팥손상 등의 증상이 나타났어요. 대부분의 만성중독자들이 중풍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원진레이온을 중풍공장이라고도 불렀대요. 1981년부터 노동자들에게 증상이 나타났지만 회사의 은폐와 정부의 무관심으로 공론화 되지 못했어요. 그러다 1988년 15세 문송면 군의 수은중독으로 인한 사망사건으로 산업재해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은 정부에 직업병 인정을 요구했어요. 그 결과 1990년 2월에 비로소 직업병 인정을 받게 되죠.

당시 노동부는 조사에 나서 원진레이온의 위법 사실을 파악, 발표했지만 산업재해의 인정과 보상에는 지극히 인색했어요. 당시 이황화탄소 중독에 대한 치료방법도 잘 몰랐던 피해 노동자들은 적은 보상을 받았고 큰 고통을 겪었어요. 결국 회사는 1993년 6월 8일 폐쇄되었답니다.

원진레이온 직업병 피해자들은 오랜 시간동안 정신적, 신체적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피해를 세상에 알리고 또 다른 산업재해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병원을 설립했어요.

바로 1999년 개원한 구리 원진녹색병원과 2003년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설립된 녹색병원이 이에요.

원진직업병관리재단 양길승 이사장은 “작고 낮은 목소리지만 원진레이온 직업병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서 해왔던 일은 힘든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거창하지 않은 이런 일들이 세상을 조금씩 달라지게 할 것으로 믿는다.”며 “녹색병원의 목표는 모두가 건강한 몸으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와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어요.

원진레이온 사건은 지금까지 1000명에 가까운 직업병 환자와 23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국내 최대의 직업병 사건이자, 세계 최대의 이황화탄소중독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어요.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