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후속] 쿠팡, 배송도 로켓 해고도 로켓...수습사원 대량해고 논란

쿠팡, 정부 고용안정정책에 반하는 3개월 근로자 양산
열악한 근로환경 및 위험에 노출된 쿠팡맨
노동력 착취당하면서 회사 성장시켰지만 공로 인정 못받아...4년째 임금 동결

  • 기사입력 2019.11.06 11:12
  • 최종수정 2019.11.06 11:32
  • 기자명 이의정 기자
(사진출처=쿠팡)
(사진출처=쿠팡)

당일배송, 로켓배송, 새벽배송...대한민국은 바야흐로 배송전쟁 중이다. 이처럼 배송서비스는 나날이 진화돼 가고 있지만 배송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고용불안 및 열악한 근로환경은 전혀 개선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주인공이 바로 쿠팡이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부당해고 및 척박한 근로환경의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쿠팡. 청와대 청원 단골손님이기도 한 쿠팡이 이제 수습사원 대량해고까지 자행하고 있는 실태가 드러나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1년 계약 해놓고 수습기간 내에 해고...실상은 3개월 단기고용 양산

(사진출처=청와대 청원 게시판)
(사진출처=청와대 청원 게시판)

최근 청와대 게시판에는 ‘배송노동자의 무분별한 직원해고를 막아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회사 내에서 해고되는 수습사원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 사유가 터무니없다고 고발했다.

청원인 A씨가 본지 취재팀에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며칠 전에도 5명의 수습사원이 대량 해고됐다. 그 중 한 명은 배송 중 경비실이 문을 닫아 고객님 집 문앞으로 배송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고 전했다.

실제 올 8월에 쿠팡에 입사한 계약직 배송기사 B씨는 수습기간이 끝나는 일주일 전에 해고통보를 받았다. 해고사유는 ‘일을 안 하고 쉬는 날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B씨는 어안이 벙벙했다. 수습기간 내내 정해진 휴일 외에는 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B씨가 출퇴근 카드를 증거로 제시하자 캠프관리자는 “오배송 때문에 해고된 것”이라고 말을 즉시 바꿨다.

하지만 B씨의 오배송 건수는 수습기간 동안 단 2건으로 정직원들도 한 달에 한번 나오는 평균 오배송 건수에 못 미치는 수치였다. B씨가 또 이의를 제기하자 관리자는 “그럼 새벽배송 시 사진을 찍지 않아서 연장이 안 된 거 같다”고 말을 또 바꿨다. 하지만 B씨는 사진을 찍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해고자의 근로계약서, 회사가 수습기간 내에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조항을 달아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해고자의 근로계약서, 회사가 수습기간 내에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조항을 달아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결국 회사가 해고사유를 억지로 짜 맞춰 수습기간 내에 신입 근로자들을 해고하고 있는 것이었다. B씨는 “교통사고라던가, 무단결근이라던가, 적절한 해고사유라면 납득이 가지만 얼토당토한 사유로 수습사원을 해고시키는 것은 뻔한 것이 아니냐. 3개월이 지나면 1년을 계약해야 하고 그럼 실업급여도 제공해야 하니 회사는 그 전에 자르는 것이다. 싸게 사람을 쓰고 버리고 또 다시 신입을 뽑는 행위를 반복하는 회사의 행태에 정말 황당하고 화가 난다”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한 “계약 당시 근로계약서에 ‘수습기간 내에 근로가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면 해고할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 수습기간 내 해고를 남발하고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근로기준법 제27조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해야 효력이 있다고 정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은 B씨에게 구두로만 해고를 알려줬다. 또한 법원은 "시용기간은 '시험적으로 사용해보는 기간'을, 해약권은 '취소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며 "물론 '수습'과 '시용' 사이에 약간의 의미 차이는 있지만, 결론적으로 시험적으로 일을 시켜보고 평가에 따라 정식 계약을 맺기로 했더라도, 해고를 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해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명백한 사유없이 수습기간에 해고하는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B씨는 “많은 쿠팡맨들이 이런 수습기간 내 대량 해고를 보고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자진해서 퇴사를 하는 사람들도 늘어간다. 회사는 정규직화를 목표로 하는 정부의 고용정책에 반하는 병폐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청원인 A씨도 “몇 달 전 본사 계약직 여직원 성희롱 사건 때 회사가 가해자에게 정직 3개월을 내린 적이 있다. 본사 사무직 직원은 성희롱 같은 큰 사건에도 가벼운 처벌을 내리면서 쿠팡맨들에겐 터무니없는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회사의 부당한 잣대”라며 비판했다.

쿠팡 노동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정규직 전환율이 90%가 넘는다고 하지만 이건 말장난에 불가하다. 실제 정규직 전환 자격을 얻으려면 계약직 2년을 버텨야 하는데 수습기간 내에 자르고 1년이 넘기 전에 자르고 이래저래 해고하면 2년까지 남아있는 직원의 수는 극히 드물다. 쿠팡맨 인력은 3500여 명에 머물러 있고, 정규직 비율도 30%에 그친다. 이 같은 비율은 쿠팡맨 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사진출처=나이스기업정보, 고용형태공시제 갈무리)
(사진출처=나이스기업정보 갈무리)

 

(사진출처=고용형태공시제)
(사진출처=고용형태공시제)

고용형태공시제 확인결과 쿠팡의 계약직 직원들은 2018년 2485명에서 2019년 3310명으로 825명 증가했으며 나이스 기업정보에 따르면 올 9월까지 입사률과 퇴사률이 동등하게 높았다. 단기간에 직원을 뽑고 해고하고 다시 뽑고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회사에 쿠팡맨들의 정확한 명수와 정규직 전환 비율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사는 자료를 거부했다.

◆ 고용불안도 모자라 열악한 노동환경에 방치된 쿠팡맨...배송목표 달성하려면 교통법규 위반 기본

청원인 A씨는 “쿠팡맨이 하루 주간에 배송해야하는 건수는 평균 120~130건이다. 야간 배송이 늘어나면서 쿠팡맨은 밤 10시에 출근해 아침 7시에 퇴근하며 150건수를 돌린다”며 “이 목표량을 달성하려면 신호위반은 기본이고 밥도 제 때 먹을 수가 없다. 또한 법정휴식시간도 제대로 지켜서 쉴 수 없다. 일방통행로에서 역주행은 당연시 한다”고 근로환경의 고단함을 토로했다.

이에 석 달 전 쿠팡 전주캠프에서는 회사에서 내세운 배송안전수칙대로 일을 시도했다. 아니나 다를까 배송량은 회사 목표량에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자 회사는 근로자들의 이런 태도를 태업으로 간주하고 급여를 차감했다.

A씨는 “회사가 안전배송기준을 내세우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배송목표를 높게 잡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노조 또한 “쿠팡은 비정규직 쿠팡맨들의 고용불안을 무기로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새벽배송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하며 “2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는 미끼로 새벽배송을 하게하고 그로 인해 비정규직 쿠팡맨들은 산재나 사고마저 스스로 은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근로자의 '안전'은 더더욱 뒷전일 수밖에 없는 형편인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인천지역 부상 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인천지역의 쿠팡 사업장(자회사 포함)에서 발생한 3일 이상 휴업 산업재해는 2019년(8월 말 기준) 83건, 2018년 141건, 2017년 115건 등 모두 339건이었다. 같은 기간 인천에서 일어난 산재 전체(8365건) 중 약 4.1%가 쿠팡에서 일어난 것이다.

특히 인천의 쿠팡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 중 만 35세 미만(85년생까지) 청년의 산재 발생 비율은 무려 51.3%(174건)에 달했다. 이는 인천에서 일어난 청년 산재 전체(1502건) 중 11.6%에 해당되는 수치로 인천에 사는 청년 10명 중 한 명은 쿠팡에서 사고를 당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인천의 쿠팡 사업장에서 많은 산재가 발생하는 이유로 안전장비 부족, 부족한 인력, 시간에 쫓기는 근무환경 등을 꼽았지만 무엇보다 아르바이트와 같은 단기 노동자를 많이 뽑는 쿠팡의 고용체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사람을 도구로 취급하는 쿠팡의 고용체계가 먼저 변해야 산재를 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4년 동안 임금 동결상태...노조 무시하며 협상 불성실

이런 상황에서 쿠팡 근로자의 임금은 4년 동안 동결 상태이다. 4년 동안 물가는 가파르게 올라갔지만 쿠팡 근로자들의 급여는 제자리 걸음이다.

쿠팡은 올 5월부터 인센티브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쿠팡맨 임금체계 개편안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기준 물량을 정한 뒤 이보다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하면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인사상 불이익을 준다는 것인데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현재 평균 일 처리 물량인 220~240건보다 많아질 경우 결국 노동 조건 악화로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승진 시스템을 개편하는 것도 사실상 2~3년간 임금을 동결한 수준이라고 맞서고 있다.

동종업계에서는 쿠팡이 로켓배송의 확대로 쿠팡맨을 늘리면서 재무제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노조측은 “3500명 쿠팡맨의 임금으로 연 700억~ 800억 원을 지출하는데 100명이 넘는 외국인 임원들에게는 고액 연봉뿐 아니라 자택·차량 비용 등까지 쿠팡이 부담하며 매년 천문학적인 인건비를 지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늘어나는 인건비는 쿠팡맨 때문이 아니라 100명이 넘는 외국인 임원의 급여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새로운 임금 시스템에 대해 사측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번번이 무산됐다. 사실 회사는 노조를 무시하고 있으며 노조원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대구캠프에 근무하는 한 근로자는 캠프 설립 초기부터 일한 성실한 근로자였지만 이번에 레벨업 자격 미달 판정을 받았다. 노조측은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승진에도 불이익을 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노동조합은 2017년 8월 3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을 신고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설립하고 얼마 안 돼 회사측은 노조지부장에게 근무시간 중에 업무와 무관한 메일을 보낸다며 취업규칙 위반행위로 징계했다.

이에 노조 측은 “쿠팡이 근무시간을 핑계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부당노동행위”라고 성토한 바 있다.

(사진출처=사람인 기업정보)
(사진출처=사람인 기업정보)

쿠팡은 2014년 택배 인력 직접고용을 통해 ‘쿠팡맨’을 도입했고 이들의 활약으로 고속 성장했다. 회사측은 2017년 말까지 1조 5000억 원을 투자해 쿠팡맨 1만 5000명을 채용하고 이 중 6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염불에 불과했다. 아직까지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세계 5위를 달성했고, 2020년이면 시장 내 매출 규모가 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큰소리쳤지만 오히려 2018년 기준 영업이익이 -1조 1074억 1300만원으로 추락하며 고전하고 있다. 결국 쿠팡맨들은 부당해고 및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착취당하면서 회사를 키웠지만 그 공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배송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쿠팡맨의 또 다른 그림자인 것이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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