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파견직 근로자 범법자 취급한 삼성전자서비스의 ‘두 얼굴’
[단독] 파견직 근로자 범법자 취급한 삼성전자서비스의 ‘두 얼굴’
  • 이의정 기자
  • 승인 2019.12.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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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유예’ 처분받은 수리기사들, 삼성 정규직에 제외돼
헌법소원으로 승소 판결 받은 수리기사 10명만 구제
헌법재판소, 수사미진 및 증거부족 인정...부실 및 기획수사 의혹 제기돼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해 4월 17일에 외주협력업체(수리센터) 직원 7600여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이하 노조)와 합의했다. 이에 올해 1월 1일부터 이들은 삼성소속 직원이 됐다.

그동안 삼성전자서비스는 외주협력업체를 하부 조직처럼 운영해 불법파견 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그것을 무마하기 위해 직접 고용을 단행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회사는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유예를 받았던 약 150여명의 수리기사를 제외시켰다.

작년 12월까지 통영행복서비스센터에서 수리기사로 일했던 A와 B씨도 기소유예를 받은 수리기사 중에 속한다. 이들은 기소유예를 받으면서 불명예스러운 수사기록를 갖게 됐으며 직장까지 잃고 말았다. 이들은 거제도에서 서울까지 단숨에 달려와 '기소유예를 받고 정규직에서 탈락하게 된 사연'을 본지에 토로했다.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가 경찰을 사주해 외주협력업체 수리기사를 기획수사했다는 의혹을 제기됐다. 이로 인해 수리기사들 일부는 짜맞추기식 수사로 거짓증언을 하고 기소유예를 받아 훔치지도 않은 휴대폰 액정값을 물어내야 했으며 삼성 정규직고용에서 탈락됐다. 이들은 현재 청와대청원에 까지 이 사건을 올리며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훔치치도 않은 휴대폰 액정값 물어내고 하루 아침에 실직자로 전락

사건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12월 언론은 "삼성전자서비스 센터의 수리기사들이 고객이 반납한 액정을 빼돌려 액정유통업자에게 판매하는 등 부정을 저질렀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수리기사 196명은 2016년 1월부터 8월까지 시가 6억6000만원 상당의 고객 핸드폰 액정 약 6400개를 빼돌려 업자에게 팔아넘기고 삼성전자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했다.

당시 경찰은 "삼성전자 측에서도 이같은 범행을 의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회사는 2017년 7월 1일부터 8월 2일까지 반납된 액정을 전수 조사해 63개 센터 160여명의 수리기사가 반납한 568개 액정이 삼성전자서비스 센터에서 수리할 수 없는 중국산 액정임을 포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통영센터도 여기에 속했으며 14명의 전체 직원 중 A와 B씨를 포함한 8명도 삼성의 전수조사결과에 해당됐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검찰의 부실수사 및 삼성의 기획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2017년 11월 당시 A씨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한 날을 회상하며,"당시 직원들과 수사를 받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다. 내가 가장 먼저 수사실에 들어갔는데 경찰이 다짜고짜 "앞에서 다 말했으니까 털어 놓아라"라고 추궁했다"고 전했다.

A씨는 황당해서 경찰에게 제일 먼저 들어왔는데 앞에서 누가 어떤 말을 했다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경찰은 당황하며 "다른 지역 센터에서 말했다는 뜻이다"라고 애둘렀다.

더군다나 경찰은 단지 고객이 반환한 액정 케이스의 택(TAG)에 이들의 이름이 적혀있다는 이유를 들어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액정을 빼돌린 이유에 대해 자신이 답하지도 않았는데 여름휴가 비용을 벌기 위해서 한 짓이라고 단정 지었다. 이쯤 되면 끼워맞추기 수사라고 의심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A와 B씨가 통영행복서비스센터에서 일한 기간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A와 B씨가 통영행복서비스센터에서 일한 기간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B씨는 "만약 작정하고 액정을 바꿔치기 했다면 9년 동안 근무하면서 3건 밖에 되지 않았겠나?"며 횡령한 이유 및 개수도 끼워 맞추기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전했다. A씨도 "회사에 CCTV가 다 달려 있다. 그것만 봐도 확실하게 알 수 있는데 처음부터 수사가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통영센터 직원들은 경찰에서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결국 이 사건은 2017년 12월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태어나 처음으로 검찰조사를 받아야했던 두 사람과 센터직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시 협력업체 대표는 자신이 이번 사건을 조용하게 마무리해주겠다고 두 사람과 직원들을 회유했다. 검찰관계자와 친분이 있으니 횡령했다고 혐의를 인정하면 아무 일없이 풀려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 통영센터 직원들은 아무 일 없이 풀려날 수 있다는 협력업체 대표 말에 속아 거짓으로 범행을 인정했다.

결국 검찰은 두 사람을 포함한 직원들에게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유예를 처분했다.

당시 센터직원들은 검찰에 기소가 되지 않고 전과기록에 남지 않으며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지만 사실은 무서운 현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횡령 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통영센터는 횡령한 피해금액을 이들의 급여에서 공제했다. 결국 삼성전자서비스는 피해액정 금액을 이들에게 다 거둬들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이들에게 도사리고 있었다.

◆ 기소유예의 덫에 걸려 직접고용에서 배제

노사간의 합의서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노사간의 합의서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이 사건이 발생한 후에 삼성은 2018년 4월 외부협력업체 직원들의 직접고용 전환을 공표한다. 처음에는 노조도 기소유예를 받은 직원들도 정규직화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회사와 노조의 협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기소유예 받은 직원에 대한 처우가 불분명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이들은 노조의 협의에서도 배제됐으며 회사는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유예를 받았던 150여명을 정규직에 제외시킨다.

통영서비스센터는 2019년 1월 1일부로 삼성서비스센터로 넘어갔으며 8명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은 삼성직원이 됐다. 똑같이 같은 일터에서 일했는데 누구는 삼성직원이 되고 누구는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된 것이다.

A씨는 "여름성수기에는 휴가를 반납하고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그래서 2년 만에 기술팀장이라는 직함도 달았다. 이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정규직 전환에 배제된 것이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본지 취재팀은 노조에 그 당시 상황을 질의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도 그들을 끌어 안으려고 노력했지만 사측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며안타까움을 전했다. 하지만 노조가 이들의 구제에 적극적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기소유예를 받은 150여명 중 10명은 본인들이 백방으로 알아봐 헌법소원이라는 구제방법을 알아냈으며 결국 헌법재판소는 이들의 억울함을 인정했다. 만약 노조가 이들의 정규직화에 관심이 있었다면 헌법소원을 통해 구제 받는 방법을 알려줬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검찰수사의 미진함과 증거부족을 인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중대한 수사 미진과 증거부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헌법재판소는 중대한 수사 미진과 증거부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은 청구인이 액정유통업자와 거래한 금융거래내역이나 통화내역도 확보하지 않았으며 이들이 고객으로부터 반납 받은 액정이 처음부터 국내용 액정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 액정을 본사에 반납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 의해 액정이 바꿔치기 되었을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종합하여 보면 검찰이 확보한 증거만으로는 청구인이 액정을 빼돌려 횡령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업무상횡령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 혐의가 인정된다고 본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 미진 또는 증거 판단의 잘못이 있는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며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된다"며 재판관 전원일치로 무죄취지의 판시(죄가없음을 목적으로 한 판결)를 결정했다.

A와 B씨도 이들과 상황과 너무나 유사하다.

이들의 불기소이유서, 어떤 업자에게 넘겨 얼마나 이익을 얻었는지 드러나 있지 않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B씨의 불기소이유서, 어떤 업자에게 넘겨 얼마나 이익을 얻었는지 드러나 있지 않다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이들의 불기소이유서를 들여다보면 "피의 사실이 인정된다. 피의자에게는 동종 전력이 없다. 사안이 경미하며 피해금액을 급여에서 공제하기로 한 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제범하지 않을 것을 다집하는 점 등 그 정상을 참작한다"며 기소를 유예했다.

A씨의 불기소이유서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A씨의 불기소이유서 (사진출처=환경경찰뉴스)

이들의 불기소이유서는 천편일률적이었으며 검찰은 이들이 액정을 바꿔치기해서 얼마나 소득을 얻었으며 어떤 업자에게 넘겼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측이 제시한 A씨는 4개, B씨는 3개의 액정을 바꿔치기했다는 의혹만 갖고 수사를 진행했다.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할당량을 정해놓은 것처럼 말이다. A씨의 말에 따르면 실제 경찰이 통영센터에 들어가 수사를 진행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에 본지 취재팀은 이 사건에 관련해 삼성측에 질의했다. 삼성전자 서비스 관계자는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이 수사는 경찰의 인지수사에서 부터 시작된 것이며, 삼성은 해당 CCTV자료를 제시했을 뿐이다"라고 강조하며 기획수사는 부인했다. 또 "더구나 이 사건은 누가 먼저 수사를 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수리기사들이 범법행위를 한 것이 핵심이다"라고 전했다.

본지는 이들이 왜 삼성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됐는지 물었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만원이든 10만원이든 회사에 피해를 입혔으며 회사자산으로 사익을 취했다. 회사는 외주수리업체의 직원들을 모두 고용하려고 했지만 업종의 특성상 고객접점에서 고가의 자재를 다루고 있어 횡령 등의 범죄는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소유예란 기소편의주의에 따라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범죄의 혐의는 인정을 하나 범인의 연령, 지능, 환경 등을 고려하여 공소를 제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면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범죄인에게게 기회를 주는 것은 의미한다. 피의자를 전과자로 만드는 것보다 다시 한번 성실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제도이다. 문제는 기소유예는 수사기관에서 참고하는 수사자료 기록이지 범죄판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삼성측의 일방적 전수조사한 피해액을 근거로 피해액을 다 배상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회사에 금전적으로 피해를 입혔다는 것은 사실 회사측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며 어떤 사적인 이익을 취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더구나 삼성전자서비스는 고(故) 염호석 분회장의 시신탈취사건 연루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양산센터 대표를 직고용했다.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도 고용하면서 기소유예 처분 받은 자는 고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중적인 고용기준으로 보인다.

(사진출처=청와대 청원 게시판)
(사진출처=청와대 청원 게시판)

현재 A,B씨는 직장을 잃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연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 청원에 글을 올리고 헌법소원을 진행하는 등 잃어버린 직장을 되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이들의 법률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 시선의 최석봉 변호사는 "A와 B씨는 무슨 이유에선지 몰라도 회사나 노조로부터 헌법소원이라는 구제방법을 정확하게 전달받지 못했다. 이에 헌법소원의 제기 가능 기간이 불기소이유를 안 날로 부터 90일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더구나 검찰이 불기소이유통지서를 구 주소로 보냈고 A과 B씨 모두 정확하게 불기소이유를 안 것도 불기소이유서를 뗀 날(12월 12일)이다. 헌법소원의 제기기간이 적법하다고 인정받는 것이 이번 재판의 관건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은 2013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미래전략실 주도 하에 노조와해 전략을 단행하고 노조를 탄압했다. 2014년에는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로 근무 중이던 염호석 노동조합장이 삼성전자의 노조탄압에 반발해 목숨을 끊자 삼성은 경찰과 협력해 고(故) 염호석의 주검을 탈취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결국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1심 판결 결과,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가뜩이나 이재용 부회장도 국정농단 관련 재판이 계속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위 임원에 대한 유죄 판결이 줄줄이 이어진 상황이라 삼성그룹은 패닉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경영의 불확실성이 확대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삼성의 위기는 사실 자업자득, 인과응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이번 협력업체 수리기사의 눈물도 삼성이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환경경찰뉴스 이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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