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통안전공단, 기초체온 높은 지원자 울렸다 웃겼다...부실한 채용전형 드러나

“기초체온 높아 면접볼 수 없어” 3년동안 준비한 취준생 울려
언론 기사 나가자 부랴부랴 해당 지원자에게 하반기 면접 기회부여
방역당국의 코로나 유증상자 별도 채용 규정 지침 따르지 않아
법률전문가들, “면접기회 박탈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가능해”

  • 기사입력 2020.05.26 17:53
  • 최종수정 2020.09.14 15:45
  • 기자명 고명훈 기자
(사진출처=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한국교통안전공단(대표 권병윤)의 임원진들이 코로나19라는 위기시국에 골프회동을 한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는 가운데 기초체온이 높은 입사 지원자에게는 면접 불가를 통보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군다나 해당 공단은 방역당국에서 마련한 코로나 유증상자에 대한 별도의 채용 전형지침도 준수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공단측은 부랴부랴 해당 지원자에게 하반기에 면접 기회를 다시 주기로 결정했다. 공기업의 부실하고 안일한 두 얼굴을 본지 취재팀이 취재했다.

◆ "기초체온 높으면 이제 면접도 못보나요?" 3년 준비했는데, “다음에 시험 봐라” 통보받아

(사진출처=한국교통안전공단 블로그)
(사진출처=한국교통안전공단 블로그)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올 1월부터 '2020년 경력직과 신규직 채용 전형'을 실시한 바 있다. 1월의 필기전형은 무사히 치러졌으나 코로나사태가 확산되면서 2월에 진행될 면접이 5월로 미뤄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3년동안 공단 입사를 준비하던 A씨는 서류전형과 필기전형을 통과하고 지난 11일에 면접을 보기 위해 면접장으로 향했다. 면접은 1,2차로 진행되는데 1차면접은 개별과제에 대한 그룹별 토론이 진행되고 2차는 경험면접이 진행된다. 하지만 A씨는 토론 면접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이유는 A씨의 체온이 38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의 감염 예방 차원으로 회사에서는 지원자들의 체온을 재고 37.5도가 넘으면 출입을 막았다. 30분동안 A씨의 체온이 떨어지지 않자 회사는 면접 불가 통보를 내렸다.

3년동안 해당 공단 시험을 준비한 A씨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지만 A씨를 더 화나게 한 건 공단 측의 태도였다. 면접 전형이 끝나고도 공단측은 A씨에게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 A씨가 코로나 음성판정을 받았고 건강에도 아무 이상이 없으며 다만 기초체온이 높은 것이기에 증빙 서류를 체출하겠다고 해도 공단측은 소용없다고 거부했다. 공단측 인사처 관계자는 A씨에게 “다음에 시험을 봐라”고만 일축했다고 전했다.

이에 A씨는 “지금도 기초체온이 높게 측정이 되는데 면접 당일 정장을 입고 마스크까지 쓴 상태로 체온 측정을 해서 체온이 더 높게 측정이 됐을 것이다. 공단측은 규정상 면접에 탈락했다는 것인데 기초체온 높은 것이 탈락 이유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호소했다. 더구나 “사기업도 아니고 공기업이 불평등한 규정을 제시하는 것은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법률전문가들도 회사가 대안 없이 체온 높다는 이유만으로 면접 기회 박탈한 것은 문제 될 수 있다며 해당 공단측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위자료를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더군다나 사기업도 아닌 공기업이 코로나 19 감염 방지를 위한 화상 면접 등 대체 방안도 마련하지 않고 불확실한 체온 검사만으로 무조건 면접권을 박탈한 행위는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 방역당국 지침 무시하는 공기업의 두 얼굴

이에 본지 취재팀은 26일 공단 관계자와 A씨 채용 문제에 대해 질의했다.

공단 관계자는 “토론면접은 혼자 면접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기초체온이 높은 상태에서 입실을 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지원자 본인이 기초체온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해 사전에 그 부분에 대해 회사측에 전달하지 않아 지원자에 대해 배려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회사는 면접 일주일 전에 체온이 37.5도 이상이라면 입실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통보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공단측은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 채용 시험시 지침을 충실하게 따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시험 관련 지침에 따르면 37.5℃가 넘으면 별도 시험실에서 응시하라고 권고할 뿐, 시험을 볼 수 없다는 내용은 없다. 특히 대면 면접보다는 화상 면접 같은 비대면 면접을 권고했다.

공단이 면접을 실시하는 시점이 이태원 집단감염이 확산하는 시기였고 면접이 3개월 가량 미뤄진 것이라면 그동안 코로나 방역에 맞는 면접전형을 마련해야 했다. 실제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었고 채용 과정에서 온라인 비대면 면접을 진행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었다.

공단 관계자도 이 점을 인정하고 앞으로 채용에 있어서 불합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고 A씨와 같은 지원자가 배제되지 않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단측은 채용 전형에서 불이익이 발생하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며 해당 지원자 A씨도 지난 19일에 이 절차를 밟았고 이에 하반기에 있을 채용에 면접 볼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공단의 행태는 그동안 A씨에게 보여줬던 것과 상반된다. 인사처 관계자는 A씨에게 다음에 응시하라고 했으면서 해당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이슈화되자 공단측은 부랴부랴 면접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이런 공단의 이중적 태도는 지난 4월 불거진 임원진 골프회동과 마스크 사적유용에서도 드러난다.  

공단은 지난 4월 1일 준정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고 하면서 기획본부장과 기획조정실장, 홍보실장, 특수검사처 부장 등 임원진은 동월 공단 본사가 있는 경북 김천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당시 이들은 재택근무 중이었으며 임원진에는 공단의 코로나19 비상대응 대책 단장을 맡은 기획본부장도 포함돼 있어 물의를 빚었다.

게다가 경영지원본부장은 회사 마스크도 유용했다. 이에 해당 임원진들과 경영상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 상임이사 전원도 사표를 낸 상황이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인 감사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징계 및 사표수리를 할 예정이다. 코로나라는 엄중한 시기에 골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데 사죄드리며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경찰뉴스 고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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