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핫라인] “집도 불안하다”…디지털 성범죄 무차별 노출된 韓
[뉴스핫라인] “집도 불안하다”…디지털 성범죄 무차별 노출된 韓
  • 임영빈 기자
  • 승인 2019.07.03 2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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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차례 근절 의지 피력 불구 관련 범죄 및 피해사례 증가세 지속
인터넷, 스마트폰 등 기술발달이 2차, 3차 피해 야기
디지털 기술 발달과 법체계 간 간극 확대 우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문재인 정부가 2017년 9월 부처 합동으로 ‘디지털 성범죄(몰래카메라 등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불법촬영과 관련한 피해는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등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인터넷 환경의 발달과 스마트폰 사용 증가 등에 힘입어 급속도로 확대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카카오톡 등 온라인 메신저, 각종 커뮤니티 등 공간 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한 사이버 공간 내에서 여성 혐오 표현과 성적 희롱이 더해지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그 결과 범죄로 인한 피해 확장 속도 또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그간 물리력을 동반한 실제 공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피해가 주가 됐다면 이제는 온·오프라인 할 것없이 다수의 가해자가 실질적인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피해를 확장,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고 할 수 있다.

꾸준히 늘어나는 디지털 성범죄

디지털 성범죄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범죄행위로 몰카(몰래촬영, 비밀촬영)가 있다. 카메라 등의 촬영 매체를 이용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신체를 촬영해 유포, 유포 협박, 저장, 전시하는 등의 행위를 일컫는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강상현, 이하 방통위)가 2018년 7월 전체 51개 웹하드사업자(PC·모바일 105개 사이트)에서 적발한 디지털성범죄 영상물 유통 사례는 총 4584건이었다. 같은 시기 경찰청이 밝힌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 범죄는 지난 2012년 2400건에서 2017년 6470건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성범죄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2018년 12월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8’에 따르면 성폭력범죄 중 ‘강제추행’과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통신매체 이용 음란’ 등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사진출처=여성가족부 공식 블로그 갈무리)
(사진출처=여성가족부 공식 블로그 갈무리)

강제추행은 2007년 37.3%에서 2016년 48.8%로, 카메라 등 이용 촬영은 같은 기간 3.9%에서 17.9%로, 통신매체 이용 음란 범죄는 1.7%에서 3.8%로 각각 확대됐다.

이런 가운데 미디어 매체의 발달로 인해 관음증 등 페티시를 유발할 수 있는 성적 매체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나 카메라의 소형화 및 성능 진화 등이 맞물리면서 기상천외한 장비 및 수법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가 찍혔다

올 1월 17일 여성가족부(장관 진선미, 이하 여가부)는 지난해 4월 문을 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의 운영 실적을 발표했다. 지원센터는 불법 촬영 영상물 삭제와 상담을 포함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 구제를 주된 업무로 한다.

불법 촬영 피해사례 1699건 가운데 65.2%는 학교나 회사 등에서 잘 알고 지내는 지인이나 전 배우자 등에서 비롯됐다. 오히려 서로 간 모르는 사이에서 발생한 피해는 34.8%에 불과했다.

(사진출처=여성가족부 공식 블로그 갈무리)
(사진출처=여성가족부 공식 블로그 갈무리)

지원센터에 사례를 접수한 피해자는 총 2379명, 피해 건수는 5687건이었다. 피해 유형 가운데 촬영물 유포가 2267건(39.9%)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은 것은 불법 촬영 피해로 1699건(29.9%)으로 집계됐다.

센터는 피해자에 대해 상담과 법률 지원, 심리 치료 등 모두 3만 3921건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가운데 삭제 지원이 2만 8879건을 차지했다. 센터가 삭제를 요청한 곳은 SNS가 35.7%로 가장 많았고, 성인사이트가 28.5%를 차지했다.

유포 피해를 당한 사례 중 절반 이상(56.6%)은 피해자가 피해 영상이 제작된 사실을 몰랐던 불법 촬영이었으며 985건은 촬영을 인지했으나 유포에는 동의하지 않은 것이었다.

지원센터에 접수한 피해자 2379명 가운데 여성이 2108명으로 88.6%를 차지했다. 남성은 11.4%인 271명이었다.

날로 진화하는 성범죄…법 체계와는 간극 확대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해 정작 법이 범죄를 처벌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모바일 사용이 익숙한 10대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급속도로 확산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6월 5일 (사)전문직여성한국연맹(BPW)와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 주최로 열린 ‘미디어 속의 양성 평등을 위한 전략 세미나’에서 김현아 변호사(법무법인 GL)는 디지털 성폭력의 특징을 ‘무한 확산’으로 정의했다.

(사진출차=(사)전문직여성 한국연맹)
(사진출차=(사)전문직여성 한국연맹)

김 변호사는 “보통 N분의 1을 이야기하는데, 내가 N 자체인 것”이라며 “디지털 성범죄는 10대에서도 심각해지고 노년층에서도 심각해지고 있다. 기존 성폭력이 유형력 행사로 분류됐다면 이제는 도구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지난 5년 간 19세 미만 미성년자 피의자 수 증가는 이를 뒷받침한다. 2012년 181명이었던 피의자 수는 2016년 601명으로 3배 가량 증가했다. 전체 피의자에서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도 이 시기 9.9%에서 13.4%로 늘었다.

반면 기소율은 저조했다. 2013년 54.5%였으나 2015년 32.3%로 외려 떨어졌으며 2016년 32.2%, 2017년 34.8%로 30%대에 머물러 있다.

건국대 강소영 경찰학과 교수는 “노출 사진을 다루는 현재의 규정이나 기준이 모호해 점차 다양화되는 디지털 성범죄를 포괄적으로 다룰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며 “앞으로는 VR, AR 등 첨단과학기술로 만들어진 현실에서도 음란물들이 계속 생산될 우려가 있다”라고 경고했다.

환경경찰뉴스 임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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